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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외 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 서브프라임 문제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세계 경제 및 금융의 핵심지인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 충격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우리가 서브프라임 문제가 어디로 불똥이 튀느냐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환율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는 무역 규모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대외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다.
대외의존도는 한 나라의 경제가 어느 정도로 대외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데, 수치를 내는 방법은 국민소득통계 기준과 산업연관표 기준이 있다. 여기서 국민소득통계 기준은 수출과 수입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누어 계산하며 산업연관표 기준은 수출과 수입을 GDP 대신 총공급(총수요)으로 나누어 산정한다.
먼저 국민소득통계 기준으로 본 우리나라의 2004년 대외의존도는 70.3%로 2003년(61.3%)보다 상승했다. 이는 경쟁국인 대만(89.6%)보다는 낮지만 미국(19.5%)이나 일본(21.8%)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고 중국(70.0%)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2004년 43%에서 최근 33%로 낮아졌지만 다른 신흥시장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환율과 같은 대외 변수의 급격한 변동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좌지우지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의 원화 절상 추세가 최근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인지, 아니면 최근의 환율 상승을 일시적인 조정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고 이에 따른 각계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상·자본수지 흑자 행진 이어져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화와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을 비교해 2000~06년 사이의 원화 강세를 분석할 경우 60%를 원화 강세 요인으로, 나머지 40%는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원화 강세 요인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국제 수지의 지속적인 흑자 현상에 따른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초과 공급 현상이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흑자를 보이고 있으며 자본수지도 6년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달러화가 외환시장에 넘쳐나기 때문에 원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한 가지 특징적인 사실은 이와 같은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비교적 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문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수출 증가율이 대체로 두 자릿수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7월 수출입 동향을 최종 분석한 결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증가한 303억6000만 달러, 수입은 14.5% 증가한 29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보다 8억9000만 달러 늘어난 11억1000만 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이런 데는 무엇보다도 수출품의 질적 향상, 우리 제품의 브랜드 및 이미지 제고 등으로 인한 가격 이외의 요인들이 수출을 결정짓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그동안 큰 폭으로 진행된 원화 절상으로,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사실이며 이들을 포함한 수출 업체들이 수출 상대국에서 적자 수출을 감내하며 시장 점유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수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게 만든 요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수출 변화가 과거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화 약세를 초래한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980년대 후반에 조정 국면을 거쳐 크게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적자폭이 커지면서 2006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6.6%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반영, 달러화는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절하됐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달러화의 추가 절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를 대상으로 달러화의 명목환율지수(major currency index)와 실질환율지수(real broad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7대 교역 상대국 통화를 대상으로 추산하는 달러화의 명목환율지수는 2007년 들어 1995년의 역대 최저치를 하향 돌파했다. 이에 따라 최근 명목환율지수는 2002년 2월 이후 3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의 실질환율지수도 1995년의 역대 최저치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2002년 2월 이후 최근까지 약 16% 하락하고 있어 달러화의 추세적 하락은 이어지고 있다.
미 FRB 해법 ‘관전포인트’ 떠올라
그렇다면 최근의 서브프라임 문제와 이와 더불어 자주 거론되고 있는 엔 캐리 거래의 청산 가능성은 향후 원화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열쇠는 앞으로 미국이 어떤 식으로 서브프라임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서브프라임 문제가 추가적인 부실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경우 FRB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일지라도 지난번 재할인율 인하에서 보았듯이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발 금융 불안이 전 세계에 몰고 올 파급 효과를 감안한다면 더더욱 금리 인하를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문제가 부실 금융사의 확대 등으로 악화되더라도 FRB가 어떤 식으로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일시적으로 안전 자산 매입세로 인해 ‘비정상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또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나 그동안 큰 폭으로 강세를 보여 왔기 때문에 강세 폭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또한 엔 캐리 거래의 경우 일본과 여타 고금리 국가(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사이의 금리차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엔 캐리를 지탱해 주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최근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해 이러한 안정성이 얼마나 훼손됐고 향후에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가 엔 캐리 청산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 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잘 알려진 VIX 지표에 의하면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해 VIX 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최근 다시 떨어지고 있어 시장 변동성이 다시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급격한 엔 캐리 청산으로 인한 세계 금융시장의 요동도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이윤석·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yslee@kif.re.kr
[출처:한경비지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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